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문학

김정식 안서 김억 선생님에게

by 워낙3 2022. 7. 25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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岸曙[안서] 金 億[김억] 先生[선생]님에게

몇 해 만에 선생님의 수적(手跡)을 뵈오니 감개 무량하옵니다. 그 후에 보 내 주신 책 『忘憂草[망우초]』는 재삼 피열(披閱)하올 때에, 바로 함께 있 어 모시던 그 옛날이 눈 앞에 방불하옴을 깨닫지 못하였읍니다.

제(題) 망우초(忘憂草)는 근심을 잊어 버리란 망우초이옵니까? 잊어 버리 라는 망우초이옵니까? 잊자하는 망우초이옵니까? 저의 생각 같아서는, 이 마음 둘 데 없어 잊자하니 망우초라고 불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옵니다.

저 구성(龜城) 와서 명년이면 10년이올시다. 10년도 이럭저럭 짧은 세월이 란 모양이외다. 산촌에 와서 10년 있는 동안에 산천은 별로 변함이 없이 뵈 여도, 인사(人事)는 아주 글러진 듯하옵니다.

……(중략)……

요전 호(號) 「三千里[삼천리]』에 이러한 절귀(絶句)가 있어서 生也一片浮雲起[생야일편부운기] 死也一片浮雲滅[사야일편부운멸] 浮雲自體本無質[부운자체본무질] 生死去如亦如是[생사거여역여시] 라 하였아옵니다.

저 지금 이렇게 생각하옵니다. 초조하지 말자고, 초조하지 말자고, ……(중략)……

자고이래(自古以來)로 중추명월(仲秋明月)을 일컬어 왔읍니다. 오늘밤 창 밖에 달빛(月色) 옛소설에 어느 여자 다리(橋) 난간에 기대여 있어, 흐느껴 울며 또 죽음의 유혹에 박행한 신세를 소스라지게도 울던 그 달빛, 그 월색 (月色), 월색이 백주(白晝)와 지지 않게 밝사옵니다.

* 이 편지는 이 책 「素月[소월]의 追憶[추억]」(金億[김억]) 중에 다시 인용돼 있음.

 

[상기 저작물은 저작권의 소멸 등을 이유로 저작권 보호 대상에 해당되지 않는다.]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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