옹 깃 샘
─ 에헴 오늘은 어린이의 기쁜 날이니
우스운 이야기 한 마디 할까 ─
옛날인지 지금인지 팔달이란 젊은이가, 뒷집 혹부리 영감님을 찾아와서, “뒷집 아저씨, 오늘 나쁘지 않으십니까?” “응, 별로 나쁜 일 없네. 왜 그러나?” “집에서 물을 담아 둘 데가 없다고, 물독을 하나 사 오라 하는데, 제가 잘 살 줄 알아야지요. 아저씨께서 같이 가셔서, 하나 사 주십시오. 스무 동 이의 물이 드는 것을 사 오래요.”
“응, 그렇지. 처음 사는 사람이 사면 속여서 비싸게 파는 법일세……. 내 가 가서 싸게 사 줄 것이니, 나만 따라오게. 스무 동이 물이 드는 독이라 지?…….”
두 사람이 나섰습니다. 동관 항아리 파는 옹기점으로 가면서 혹부리 영감 이,
“여보게, 물건 흥정이란 잘하는 법이 따로 있는 것이니 자네는 입 다물 고, 아무 말 말고 보기만 하게.”
“예, 아무 날 안할 터입니다.”
약속을 단단히 하고, 큰 한길 옹기점에까지 왔습니다. 혹부리 영감이, 영감 “여보, 주인! 독 하나 삽시다. 열 동이의 물이 드는 독 하나에 얼마 요?”
하므로 팔달이가 열 동이의 물이 드는 독이 아니라, 스무 동이의 물이 드는 독이라고 이르려 하니까, 영감이,
“쉬!”
하고, 말을 못하게 합니다.
주인이 나와서, 거기 엎어 놓은 독을 내놓고, 주인 “예, 이것이 열 동이의 물이 드는 독이올시다. 3원 50전만 내십시 오.”
영감 “여보, 50전은 그만 두고, 3원에 파시오. 내가 사는 것도 아니고, 저 사람이 사 달라 하니까, 싸게 사 주마고 여기까지 데리고 온 것이 니, 3원에 파시오.”
주인 “그러면 밑지지만 3원에 드리지요.” 그래 혹부리 영감은 팔달이에게서 3원을 받아 주인에게 주고 열 동이의 물 이 드는 독을 사서 새끼로 얽어 작대기에 꿰어들고, 팔달이는 앞을 들고, 영감은 뒤를 들고 돌아갑니다. 그러나 팔달이는 투덜투덜하며, 팔달 “스무 동이의 물이 드는 독을 사 달라니까, 왜 열 동이의 물이 드는 독을 샀습니까?”
영감 “아따 이 사람아, 잠자코 내가 가자는 대로 가세그려……. 한 바퀴 만 돌아가면 이것이 스무 동이 물이 드는 독이 된다네.” 팔달 “어떻게 열 동이짜리가 스무 동이가 되어요? 공연히 잘못 샀지요.” 영감 “글쎄, 가만히 있다가 스무 동이짜리로 변하는 것만 보게그려.” 욱신각신 떠드는 동안에 어느 틈에 골목 하나를 휘돌아서, 아까 그 옹기점 앞으로 도로 왔습니다. 팔달이가 이상하여, 팔달 “에그, 그 옹기점으로 도로 왔습니까?” 영감 “글쎄, 가만히 있어…….”
옹기점 주인이 보니까, 아까 독 사 간 사람이 그 독을 도로 들고 온지라 이상하여,
주인 “왜 도로 오셨습니까?”
영감 “그런게 아니라, 이 사람이 애초에 스무 동이짜리 독을 사 달라 한 것을, 내가 잊어버리고 열 동이짜리를 사 가지고 갔소. 그래 이것은 그만두고, 스무 동이짜리를 사려고 도로 왔소그려. 스무 동이짜리 독 이 있나요? 값은 얼마구요?”
주인 “예, 있습니다. 여기 이 큰 독이 스무 동이짜리입니다. 값은 7원을 주셔야 합니다. 갑절이니까요.”
영감 “여보, 갑절이라니, 3원의 갑절 6원에 파시오. 그럼 옳지 않소. 6원 요.”
주인 “그러십시오. 아까 3원에 팔았으니까, 할 수 없습니다. 6원에 가져 가십시오.”
혹부리 영감이 가지고 온 열 동이 독을 끌러 놓고 하는 말이, 영감 “자, 3원짜리 독을 받으시오. 이 큰 독은 6원이라지요? 그런데, 이 3원짜리 독을 당신이 받고요. 그러면 6원에서 3원 남았지요” 주인 “예, 3원 남습니다.”
영감 “그런데, 내가 아까 처음에 지전으로 3원 준 것이 있지요? 그 3원하 고 이 독 3원하고 6원 맞지요.”
주인 “예, 이 3원짜리 독하고, 아까 그 돈 3원하고, 예, 예, 6원 맞습니 다. 예.”
영감 “그러면, 나는 가오. 평안히 계시오.” 하고 이번에는 큰 독을 , 매어 작대기에 꿰어, 앞뒤에서 들고 휘적휘적 걸어 가면서,
영감 “여보게, 주인놈이 혹시 쫓아올지도 모르니, 빨리 가세.” 하는데, 벌써 주인이,
“여보, 여보!”
하고, 소리쳐 부르는 고로 할 수 없이 도로 갔습니다.
영감 “왜 부르시오.”
주인 “암만해도 3원을 덜 받았습니다. 3원을 더 내십시오.” 영감 “허허, 당신이 셈칠 줄을 모르는구려.” 하고, 독을 땅에 내려 놓고,
영감 “내가 다시 똑똑히 쳐 줄 터이니, 수판을 내어 들고 놓아 보시오.” 주인 “예, 수판을 들었습니다.”
영감 “내가 6원 내면 맞지요?”
주인 “예!”
영감 “내가 맨 처음 지전 일 원짜리 3장을 당신 드렸지요” 주인 “예! 받았습니다.”
영감 “그럼, 그 수판에 3원을 놓으시오.” 주인 “예, 3원 놓았습니다.”
영감 “나중에 도로 와서, 큰 독을 살 때에 내가 3원에 샀던 독을 그냥 당 신에게 주었지요. 3원짜리 독을 분명히 받았지요” 주인 “예, 독도 받았습니다.”
영감 “그럼, 아까 그 3원에 또 3원 놓으시오.” 주인 “예, 놓았습니다.”
영감 “그럼, 도합 얼마요?”
주인 “6원입니다.”
영감 “그래, 내가 6원 내지 않았소” 주인 “글쎄요, 6원이 맞기는 맞는데…….” 영감 “6원이 또 틀립니까?”
주인 “아니오. 맞기는 맞습니다.”
영감 “그런데 왜 그러시오. 나는 가오.” 주인 “예, 안녕히 가십시오.”
하였으나, 암만 생각해 보아도 손에 쥔 돈은 단 3원뿐이므로 까닭을 몰라 머리를 득득 긁으니까, 그 때 혹부리 영감이 가다가 말고 돌아서서, 가게를 들여다보고 큰 소리로,
“여보. 그게 옹깃셈이라는 거요. 그것도 모르고 옹기 장사를 한단 말 요.”
하더랍니다.
<≪어린이≫ 4권 3호, 1926년 3월호, 깔깔 박사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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